김영천의 정치논단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정치논단


한민족 통일의 당위성과 북한의 양 적대 국가론 비판 3

 2024년 9월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이 행사에서 문재인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의원이 통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혀 논란이 일었다. 그는 두 개의 국가인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며 통일하지 말자고 하였다. 1989년 임수경 방북을 주도한 전대협 3기 의장으로서 줄곧 북한의 정책을 두둔해 왔던 그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한반도와 부속 도서 전체라는 헌법 3조의 개정까지 주장하였다. 아울러 국가보안법 폐지와 통일부 정리도 제안했다. 다음날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국통일협회 회장도 지금 시점에서 통일은 불가능하다며, 남북한이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으니 그때부터 별개의 국가였다고 역설했다. 임 전 의원의 견해가 옳다고 적극 옹호하면서, 남과 북은 결국 두 개의 국가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한편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9월 26일 노무현시민센터에서 두 사람과 동일한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즉 한겨레신문과의 대담을 통해, 남한과 북한이 두 개의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며 통일을 준비하는 상황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2023년 12월 2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과 북은 동족이 아니라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라고 선언하였다. 올해 들어 친북 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 본부가, 명칭에서 통일을 삭제하고 한국자주화운동연합으로 변화를 꾀한 사실도 주목된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주도하던 세 사람의 발언이, 김정은 총비서의 두 개 적대국가론이 발표된 뒤 나왔다는 점이다. 통일정책을 담당하던 이들의 논리는 평소 제기되지 않았기에 생경하고 조악하다.

 

 보수 진영 학계와 외교가 일부에서도 남과 북의 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인정하자는 주장이 있다. 그럴 경우 국제법에 따라 남북 협력의 과정을 통해 국가 안전보장과 평화 정착이 가능하리라는 견해이다. 이들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면 핵 개발 문제나 군사 도발에 남한의 대응이 더욱 설득력 있게 된다고 본다. 국제사회에서 남북한을 특수 관계가 아니라 별도의 주권국가로 인식하는 편이 현실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분단을 항구 고착화할 뿐더러 남북한의 통일 의지를 약화시키는 단견이다. 유엔 동시 가입으로 회원국 간에 남한과 북한은 별도의 국가로 간주되었지만 상황에 따른 임시방편이다. 통일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점은 흔들리지 않는 우리의 통일 의지이다. 일부이기는 해도 좌파와 우파의 분단 현실 수용이라는 실용적인 관점은, 결국 통일에 대한 노력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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