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정치논단
조사 - 유세희 고문 서거
단주유림선생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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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꽃 붉은 계절의 끝자락이 고문님의 서거(逝去)로 아득하고 무겁습니다. 그윽한 음성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 생(生)과 사(死)를 갈랐으니 창졸(倉卒)간에 황망(慌忙)합니다. 해 오신 일들이 많고 두텁습니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기에 가슴이 저며 옵니다. 굴곡진 한국 현대사와 정치 상황을 해석하며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던 모습이 선합니다. 실천하는 지성인의 전범(典範)이었습니다. 균형잡힌 시각으로 시대 좌표를 설정하신 이 사회의 큰 어른, 국가의 원로셨습니다.
고문님께서는 평생을 흠모(欽慕)하며 기린 단주(旦洲) 유림(柳林) 선생의 부단 (不斷)한 길을 따라 걸었고, 기대에 부응하였습니다. 첨예(尖銳)한 이념의 양 극단을 초극(超克)해서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그렸습니다. 4·19 혁명을 이끌며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원칙이 훼절(毁折)되는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웠습니다. 세계사의 큰 흐름을 꿰뚫고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국제정치의 시각에서 파악했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역량을 바탕으로 중국 및 러시아와 수교(修交)가 가능했습니다. 평생을 정치학자로 매진(邁進)하며 넓고도 정교한 시야를 갖춘 후학들을 육영(育英)하였습니다. 아울러 인권 정의 평화의 기준으로 북한 민주화와 남한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를 제시했습니다. 국가 민족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의 사표(師表)였습니다.
민주(民主)와 공화(共和) 그리고 자주(自主)에 의한 민족 통일은, 오천 년 역사 이래 가장 위대한 순간입니다. 광영(光榮)의 바로 그 찬란(燦爛)을 꿈꾸며 준비했던 고문님의 모든 숙고(肅考)들은, 이제 오롯이 남아있는 우리의 몫입니다. 어깨 걸고 함께 나아갔던 추억(追憶)들이 흐믓하고 느껍습니다. 아름다운 회상(回想)만이 아니라, 앞으로 힘차게 달리면서 이윽고 비상(飛翔)할 역사에 대한 벅찬 기대와 격려이기도 합니다. 고문님과 남은 동지 모두의 굳센 의지가 한결같으니, 유(幽)와 명(明)을 달리하였으되 늘 손잡고 힘을 모읍니다. 동해 바다 일출이 특별하게 장엄(莊嚴)하고 휘황(輝煌)한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영전(靈前)에 동지들과 향을 피우며 헌화합니다. 흠향(歆饗)하시고 부디 영면(寧眠), 영면(瑩眠)하소서.
2024년 9월 11일
단주유림선생기념사업회 회장 김영천 올림